[2강 강의록] 말, 글, 그림 그리고 영상 : 기호의 유형과 매체의 고고학(1)
2008/03/27 19:03 | 강의록 | Permanent link | posted by
3월 25일 화 / 강사: 김수환
(제가 이날 강의를 너무 열심히 듣느라고 강의록을 자세히 적어야 한다는 걸 잠깐 잊고 있었어요.. 빼놓은 부분이나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퍼스 (C.S.Peirce) (1839-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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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나는 <기호학>이라 부르는 영역,
즉 모든 가능한 세미오시스 semiosis의 본질적인 성격과 근본적인 다양성을 밝히는 학문을 시작하고
명백하게 밝히는 작업에서
개척자, 아니 처녀림의 탐험가이다.
선구자에게 그 영역은 너무나도 방대하고, 그 노고는 너무나도 크다. (CP.5:488)
 

찰스 샌더스 퍼스(C. S. Peirce). 20세기 초반의 기호학자. 미국인입니다. 17세부터 천재소리 들었던 소쉬르와는 아주 대조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말년에 대학교단에 서긴 했지만 평생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안면 신경통도 앓았다고 합니다. 또 평생 한 권의 책도 스스로 출판한 적이 없던 소쉬르와 달리, 퍼스는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죽어라 글을 썼습니다.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아직도 도서관에 퍼스가 쓴 책들이 다 출판되지 못한 채로 쌓여있다고 해요. 퍼스를 흔히 3에 미친 퍼스 라고 부릅니다. 뭐든지 3항으로 풀어냈기 때문인데요. 지난 시간 배운 소쉬르의 기호체계는 2원론이죠. 퍼스는 이것도 3항으로 풉니다.

 

퍼스의 기호체계

representatum(기호) -> object(현실세계의 지시대상) -> interpretant(기호가 떠올리게 하는 것). 이들이 이루는 삼각형을 세미오시스 semiosis(기호체계)라고 불렀습니다.


기호와 대상 간의 관계 역시 퍼스는 다시 3항으로 나눕니다.

 

1) symbol (상징): 상징은 기호와 대상 간의 관계가 “관례적” conventional 입니다. 소쉬르 식으로 말하자면 “자의적”이라는 거지요. 혹은 “무연적” unmotivierte 이다. 동기적이지 않다는 거죠. 개연성이 없다. 대표적으로는 인간의 언어가 그렇겠지요. 모스부호. 신호등. 표지판.

 

2) icon (도상): 아이콘은 기호와 대상이? 닮았습니다. 유사성이 있다. 예를 들어 그림이 그렇지요. 혹은 의성어(멍멍), 냄새에 관한 재현(향수). 하지만 원근법이 발명의 결과이듯이 도상에도 관례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관례성을 실험하기 좋은 경우는 외계 생명체를 만났을 때를 상상해보는 겁니다. 외계 생명체와 그림으로 소통하려 했는데 이 외계 생명체가 눈이 없네? 그럼 우리가 지구에서 갖고 있는 관례성, 시각적 도상성이라는 건 없어지는 거겠죠. 나사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혹시 있을지 모를 외계 생명체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거든요? 그러면 방법을 고민해야 하잖아요. 어떤 식으로 전달해야 할지. 아마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전달해야겠죠? 뭐가 그럴까요? (소리?) 그런데 귀도 없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나사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지닌 파장을 보내요. 느끼라고. 패턴을 지닌다는 건 여기 누군가가 있다, 무질서한 게 아니라 누군가 존재한다는 표시인 거죠.

 

3) index (지표): 인덱스는 기호와 대상 간의 관계가 어떻다? 나눠드린 텍스트(미디어 기호학)에 다 나오는데 안 읽었으면 컨닝이라도 하세요. 퍼스는 존재론적인 연결, 인과론적인 관계로 얽혀있다고 말했어요. 인덱스의 대표적인 예는 흔적이에요. 자국. 예를 들어 발자국. 그거 인덱스입니다. 그것의 대상은 뭐에요? 발이죠. 그럼 발자국과 발 사이에는 뭐가 있어요? 존재론적인 연결이 있어요. 그리고? 인과론적인 관계도 있어요. 발이 있어야 발자국에 있는 거잖아요. 바람과 풍향계 사이의 관계도 그렇죠. 기호학을 고대까지 추적하면 징후학이라는 것과 연결되거든요? 징후를 읽는 사람에 크게 세 가지 직업이 있을 수 있어요. 하나는? 물론 기호학자 입니다. 고고학자. ‘다빈치 코드’에서 문제를 푸는 그 사람. 징후학자입니다. 자취를 가지고 뭔가를 찾아내는 거지. 그것보다 더 전통적으로 인덱스학을 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하나는? (무당?) 무당, 좋아. 무당은 옛날부터 예언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치료를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바로 의사인 거죠. 여러분이 병원에 가면 하는 일이,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왔다, 밤 샜구나. 하는 거잖아요. 그럼 또 다른 경우는? 탐정. 도둑이 들었다,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지표 읽기죠. 도둑과 존재론적으로, 인과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흔적들을 읽는 거. 여러분이 잘 아시는 우리 시대 최고의 지표사냥꾼은 누구에요? CSI. 그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표읽기죠. 모든 죽음은 흔적을 남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은 자는 어떤 식으로든지 흔적을 남긴다. 그럼 제가 여러분에게 물어볼게요. 사진은 왜 지표인 걸까? 왜 존재론적이고 인과론적인 걸까? 사진이 처음 발명될 때를 생각해봐요. 은연판이라는 판이 있어요. 그 은연판 위에 빛을 팍 쏘면 그 영상이 찍히는 거에요. 그게 사진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죠. 시스템이. 아까 누군가가 얘기한 것처럼 대상이 바로 그 자리에 가있었다는 존재증명도 디지털 시스템에서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죠. 바르트가 이 책(카메라 루시다)에서 목 놓아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예전의, 그러니까 디지털 이전의 사진에서 가능한 얘기인 거죠.

 

왜 내가 1,2,3 번의 순서로 적었을까? (시대 순?) 물론 그럴 수도 있죠. 여러분, 매체 연도학이라고 있는데 한번 해보세요. 연표를 죽 그려놓고 각종 매체가 언제 생겼는지 연도를 적어보는 거에요. 말이란 게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최초의 문자가 언제 생겼는지는 나와있어요. 한번 찾아보세요. 이 매체 연도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점이 되는 건 “인쇄술”이에요. 그 다음에 중요한 기점은? “사진”이에요. 그 다음의 기점은? “영화”. 한참 지나서는? “디지털”. 그리고 이미 동시대의 현실이지만, virtual, “가상 현실”이 있겠죠. 제가 나열한 1,2,3번이 결정적으로 시대 순이 아닌 게 index에는 사진도 있지만 발자국도 있잖아요. 그럼 뭘까요? “관례성의 정도”에 따라 나눠지는 거에요. symbol은 관례성이 매우 높죠. index는 관례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 손바닥으로 뺨을 쳤을 때 남는 손바닥 자국에 관례성은 없죠. 제가 처음에 뭐라고 말했어요? 지난 수업 시간과 달리 오늘은 거꾸로 간다. 지난 시간엔 문화 바깥에서 문화적인 의미 속으로 들어가는 거였다면, 오늘은 나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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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다이어그램은 뭘까요? 도상이죠. 닮았습니다. 무엇이 닮았죠?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닮았죠. 막대 그래프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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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뭐죠? 셋 다죠. 도상적인 닮음도 분명 있고 등고선이라든지 하는 상징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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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마스크. 말할 것도 없이? 지표, 인덱스 입니다.

자 그럼 이제 아래 사진들을 죽죽 보면서 각각이 무엇에 해당하는지 생각해보세요.

symbol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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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도상적 유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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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지표 (흔적, 인과, 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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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루시다>를 교재삼아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관해 이야기하는 2부 수업은 다음 게시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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