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인문학 III 수강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쏟아져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요. 지금 당장 모든 걸 소화한다는 생각보단 (나중에라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자신만의 저장고에 차분히 정돈해 둔다는 느낌으로 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내 경험에 따라 말해보자면, 좋은 강의는 다만 자극, 최상의 경우에 영감이 되었을 뿐이에요. 진정한 지적 체험,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치게 만든 혹은 한 순간 머릿속을 환하게 밝혀준 진짜 ‘깨달음’은 언제나 혼자서 책과 마주했던 시간, 그 혼자만의 ‘읽기’의 시간들에 찾아왔어요. 여러분도 이 봄, 그런 시간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자, 그럼 약속했던 대로,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던 소쉬르의 계열축/통합축의 예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먼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간단한 예 두 가지만 생각해보기로 하죠. 첫째로 ‘의복의 체계.’ 나처럼 옷장이 몹시 빈곤한 경우는 다르겠지만, 풍부한 옷장을 가진 사람이라면(연예인들?), 매일 아침 옷장 앞에 서서 그날 입을 의상을 ‘고르는’ 의식을 치르곤 하죠. 어떻게? 모자, 상의, 하의, 신발, 외투..... 어느 것부터 시작할지는 사람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를 수 있겠죠. 아무튼 ‘선택’이 필요합니다. 만일 내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모자의 ‘계열체’ 중에서 엊그제 산 야구 모자를 ‘선택’했다면, 응당 그와 ‘연결/결합’될 수 있는 상의를 고르는게 상책입니다. 아마도 후드 티 정도가 무난하겠네요. 바지는? 물론 청바지가 좋겠죠, 신발도 마찬가지, 아마 운동화를 고를 겁니다 (아, 그런데 운동화도 여러 벌, 청바지도 여러 벌, 모자도 여러 개를 갖고 있다구요? 그럼 또 선택해야겠죠, 다만 이번엔 운동화, 청바지, 모자 각각의 계열체 안에서) 옷 잘 입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때론 이런 ‘통합축’ 상의 결합 법칙이 식상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니 대체 왜 양복 상의에 청바지를 입으면 안되는거지?” “티셔츠 위에 넥타이를 매면 정말 큰일이라도 나는거야?” 이런 의상의 통사론적 문법 파괴를 직업적 일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파괴는 창조의 다른 이름, 혹은 예술의 진짜 모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이겠죠. 동시에 잊지 말 것은 이 법칙은 의상의 법칙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관례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저 유명한 의복 체계의 테러리스트 노홍철도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선 무지개 빛깔 양말을 갈아 신었다는 일화도 있잖아요? ^^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이런 구성의 메커니즘을 찾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필요한 것은 더 꼼꼼한 눈과 더 분석적인 사고일 뿐이죠. 만일 여러분이 이 구성의 법칙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이미 그건 더 이상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이기를 멈추게 됩니다. 의미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선택과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진 이상, 우린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 선택과 결합은 누구에 의해서, 무슨 이유로, 최종적으로는 누구를 위해 발생했는가, 라고 말이죠.
두 번째 예, ‘음식의 체계’는 이제 설명 안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거예요.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엄청 두꺼운 메뉴판을 보여주곤 해요. 스프, 전채 요리, 메인 1, 메인 2, 후식.....이거 다 따로 주문하려면 장난 아니에요^^ 미식가라면 자기가 선택한 전채 요리에 ‘어울리는’(결합 가능한) 메인과 후식을 주문하는건 기본이겠죠?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건 서양식 아닌가요, 우리 식은 다르잖아요, 라고 물을 겁니다. 예전에 프랑스에서 온 어떤 기호학자가 인사동 전통식당에서 무려 30여 가지 반찬을 ‘한꺼번에’ 늘어놓은 밥상을 받고, 눈이 휘둥그레졌대요. 기호 읽기에 훈련된 학자답게 이 밥상의 ‘통사론’을 나름대로 읽어보고자 무척이나 애를 썼다는 후문이....... (야채 종류, 고기 종류, 익힌 음식, 날 음식, 마른 음식, 국물 음식 등등, 그에겐 어째서 이 모든 것이 이렇게 한꺼번에 등장했는지 못지않게 그 배치와 결합의 법칙 또한 궁금했던거죠)
선택과 결합, 그리고 이를 통한 의미의 발생과 구축........우리와 세계 사이에 놓인 재현의 체계(이를 ‘기호계’라 부를 수 있을지 모릅니다)의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은 현대 문화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원-스텝에 해당합니다. 현실에 대한 ‘특정한’ 재현은 어떤 이유로 어떤 과정을 통해 도입되며, 또 그렇게 재현된 세계상은 누구를 위해 복무하는가라는 물음, 이 물음의 가능성과 자리를 예견하고 예비했던 것은 150년 전에 태어난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 그리고 그의 저서 <일반언어학 강의>였습니다.
지난 수업에도 잠깐 언급했던 몇 가지 광고의 예를 링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이렇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런 선택을?, 그리고 왜 하필이면 이런 결합을? 그리고 그런 선택과 결합을 통해 결국은 어떤 의미를? (여기서 어떤 의미란 위에 말한 누가,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해를 포함합니다). 각자 생각해 보고, 의견을 적어본다면 더욱 좋겠죠?
1) 공익광고 <타인에 대한 배려>
2) SK 텔레콤 <여보세요편>
3) 캠브리지 멤버스 <비지니스 캐주얼의 꿈>
4) 외국 지면 시리즈 광고입니다. 무슨 광고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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